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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엇이 문제입니까? - 정구영 권사(전 서울여대 총장)
출처
날짜
2005년 3월 8일 화요일
조회수: 4185
|칼|럼|
무엇이 문제입니까?


뉴스돈돈, 돈! 돈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부패 공화국이라는 자조적인 탄식이 여기저기서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벌써 여러 해 나돌고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를 타고 가다가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한강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생, 가정주부, 어린아이들, 사업가, 운동선수, 선생님, 정치인이 있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과연 누구를 가장 먼저 구해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대한 정답은 불행하게도 정치인을 제일 먼저 건져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정치인을 한강에서 빨리 건져 내지 않으면 심하게 오염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인들과 관련된 부패 기사들로 신문이 연일연야 도배를 한 듯합니다. 처음에는 쇼핑백에 돈을 담아 전달했다는 기사로 시작되었으나, 곧이어 사과 박스가 등장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승용차에 과연 그만한 액수의 돈을 실을 수 있는가를검증한다고 요란하더니, 이제는 아예 승합차에 돈을 실어 차떼기했다는 등의 기사들이 넘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패한 것이 어찌 정치인들뿐이겠습니까? 일찍이 예레미야 선지자는, '만물보다 더 거짓되고 아주 썩은 것은 사람의 마음이니, 누가 그 속을 알 수 있겠습니까'(렘 17:9)라고 설파한 바가 있습니다. 부패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여건만 주어진다면 가장 부패한 사람들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그 사람들 못지않게 더 흉하게 썩어 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은, 타인의 일은 상당히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볼 수 있지만, 막상 그것이 내 문제일 때는 쉽게 눈이 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극히 효성스러운 남매를 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연로하신데다가 암 말기 환자였기에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임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 할머니는 신앙이 있었기에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할머니께서 입원하시기 전 복권을 한 장 샀는데 그 복권이 당첨되어 엄청난 돈을 타게 되었다는 사실에 있었습니다.효성스러운 아들과 딸은 예기치 못한 횡재소식에 어머니께서 혹여 충격을 받으실까 심히 두려웠습니다. 심장마비라도 일으키신다면 얼마나 낭패겠습니까?
그래서 두 남매는 담당의사와 의논을 했습니다. 의사는 걱정말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며, 환자인 할머니께서 충격을 받지 않도록 지혜롭게 잘 말해 주겠노라고 했습니다.

이 담당의사는 할머니에게 무슨 말씀을 듣더라도 놀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염려 마십시오. 선생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셔도 놀라지 않습니다. 전 항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차마 말문을 열지 못하고 망설이는 의사에게 할머니께서 계속 재촉하시자 의사는, "할머니께서 사신 복권이 당첨되어 수백 만 불을 타게 되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뉴스이 할머니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오, 하나님 아버지, 너무나 감사 합니다"라고 감사의 기도를 간단하게 한 뒤 담당의사에게 "선생님, 그동안 저를 치료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셨는데 당첨금의 절반을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의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할머니의 말에 놀라 그만 뒤로 넘어졌습니다. 그리고그 충격으로 인해 심장마비로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로또 복권의 열풍 속에서 사람들은 오늘도 복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지극히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일등 당첨만 되면 인생역전의 대 드라마가 펼쳐지리라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등 당첨이 되었다고 해서 꼭 인생대역전의 드라마가 근사하고 멋있게 펼쳐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남자는 일정한 직업이 없이 근근이 살다가, 복권 한 장으로 횡재를 하여 하루 아침에 수십억 부자가 되었습니다. 2년째 동거하던 여인과 살던 곳을 멀리 떠나 새로운 도시로 이사하였습니다. 행복한 앞날을 설계하느라 밤잠을 설치기를 일쑤였지요.
그런데 동거중인 이 두 남녀는 사소한 일로 자주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한 이유는 알 길이 없지만 동거하고 있는 여인이 "그동안 사실상 부부로 살았으니 최소한 5억은 내 놓아야 한다"면서 분배를 끈질기게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대꾸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술에 취한 동거여인과 묵묵부답인 남자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지고 몸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시끄럽던지 아파트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서 신세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경찰서에서 그 남자는 한숨을 몰아쉬며 하는 말이 "돈이 없을 때는둘 사이에 별 문제가 없었는데..."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거액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숨긴 채 여기저기로 주거지를 옮겨다니다 이제는 아예 외국으로 떠나 버렸는지 그 흔적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일가친척과 친구를 다 잃고 외로운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삶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돈, 돈, 돈이 역시 문제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권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패한 우리의 마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씻어 내어 깨끗한 마음으로 만들어 가지 않는 한, 돈이 많이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큰 권력이 주어지면 주어질수록, 더 요란한 냄새를 풍기며 가정을, 사회를, 국가를, 세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전락하기 십상인 것입니다.

새해에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것으로 풍성하게 채워 주실지라도 그 축복을 감당할 수 있는 보다 더 깨끗한 그릇으로 우리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